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립된 공간 속 홀로 남겨진 공포를 잘 표현한 영화 <터널>

by 기업 채용 소식통 2023. 10. 1.

터널-포스터
터널-포스터

특종에만 매몰된 현실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

영화 터널은 여타 다른 재난 영화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대재앙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 그중에 비범한 능력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주인공과 같은 공식은 이 영화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존에 흔히 재난 영화들이 보여준 일반적인 클리셰를 깨부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합니다. 붕괴된 터널에서의 생존자는 단 한 명으로 감독은 사람의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데 희생자의 수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히려 한 사람이 재난을 홀로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은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희생자의 수로 재난의 규모를 정하지 않고 한 생명이라도 똑같은 무게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인 그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둠 속 갇힌 공간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안쓰러움과 공감을 넘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단순히 재난의 공포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터널 붕괴 사고를 겪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의 문제점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터널 안에 갇혀 홀로 두려움에 떠는 주인공을 두고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갈립니다. 특히, 특종을 잡는 것에만 매몰되어 타인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기자들, 본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태도를 바꾸는 여론, 사고엔 관심도 없지만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사고 현장에 나타난 정치인들과 남 일 보듯 하면서 전문가들과 협심하여 사고를 잘 해결하라는 장관들의 모습까지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읊어줍니다.

 

터널에 홀로 갇힌 단 한 명의 사람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는 큰 계약 건을 따내고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던 중 갑자기 터널이 무너져 그 안에 홀로 갇히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그는 119에 전화해 도움을 청합니다. 그러나 입구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로 막혀있고 언제 추가 붕괴가 일어날지 모르는 악조건에서 구조대가 작업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캄캄한 터널 속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 잔해뿐입니다. 구조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그가 가진 것은 생수 2병,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폰 그리고 딸을 위해 준비한 케이크가 전부입니다. 이것들로 그는 기약 없는 시간을 버텨야만 합니다. 이어, 사고 소식이 알려지며 터널 밖은 구조 대원, 기자, 정치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를 언론에선 앞다퉈 보도하고 정부는 급히 사고 대책반을 꾸립니다. 사고 대책반에서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을 중심으로 진입하기 위해 구조 작업을 시작하지만 좀처럼 속도가 붙지 못합니다. 꽉 막혀버린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 갖은 시도를 해보지만 구조는 더디게만 진행됩니다. 특종을 노리는 기자들은 정수에게 닥칠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생방송을 합니다. 이를 본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는 고립된 사람이 휴대폰 배터리도 닳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어떡할 거냐며 역정을 냅니다. 구조대장과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은 곧 나올 수 있을 거라며 정수를 안심시키지만 터널의 2차 붕괴가 또 일어납니다. 정수는 2차 붕괴로 인해 자신이 3번 환풍구가 있는 곳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구조대장은 정수가 있는 방향으로 지면에서 수직으로 뚫고 들어가 그를 구조할 계획을 세웁니다.

 

혼자 남은 공포를 잘 표현한 영화

여기서 문제는 땅을 100미터 이상 파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근처 터널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 재차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구조작업 때문에 근처 터널 공사가 계속 지연되자 오히려 구조 대원과 세현이 눈치를 봐야 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세현은 정수가 차에서 청취할 수 있는 라디오를 통해 남편에게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그러나 구조 작업이 지체되자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근처 제2터널 완공에 지장이 생기자 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생깁니다. 기자들은 그가 하루만 더 있다 나오면 삼풍 백화점 붕괴 때 고립된 최장기간인 17일의 기록을 깰 수 있다며 오히려 그의 구조를 바라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미 늦었다며 포기하라는 사람들이 생겨났지만 구조 대장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했던 대경은 정수를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드디어 설계도에 나와 있는 대로 3번 환풍기가 있는 방향으로 땅을 팠지만 그곳엔 정수가 없었습니다. 허탈하게도 실제 터널과 설계도면이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노심초사했던 17일이 물거품이 돼버리고 마는 순간입니다. 정수는 일말의 희망으로 버티고 있었으나 위치를 잘못 팠는 소식을 들리고 휴대폰마저 꺼지자 구출되기를 지레 포기합니다. 구조 작업 중에 작업반장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정수를 구하자는 여론은 회의적으로 변했고 결국 발파가 진행됩니다. 그러나 정수는 기적적으로 생존해서 무려 35일 만에 구조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