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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도시 생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

by 기업 채용 소식통 2023. 6. 30.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바쁜 도시 생활과 대비되는 농촌 생활의 여유로움

주인공 혜원(김태리)은 함께 준비한 임용고시에 남자친구만 붙고 혼자만 떨어져 자존심에 흠집이 났고 도시의 인스턴트 음식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삶의 허기를 느껴 어린 시절을 보낸 농촌의 빈 집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집주인이 오래 비운 주방에 멀쩡한 식재료가 있을 리 없었기에 혜원이는 겨우내 얼어 죽지 않고 버틴 눈꽃 배추를 뽑아 배춧국을 끓여 한 그릇 야무지게 해 먹습니다.. 시골에 도착한 혜원이 제일 먼저 눈 속에서 꺼낸 배추를 식재료로 택한 것은 그녀가 이곳에서 눈 속 배추처럼 잘 버텨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미료와 방부제가 들어간 도시의 인스턴트 음식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자연의 맛은 혜원이가 스스로에게 선물한 위로의 한 끼였습니다. 불안과 열정을 연료로 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그녀에게 자연에서 온 식재료로 손수 만든 음식은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도시에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지만 시골에선 티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나 봅니다. 오랜 단짝 친구 은숙(진기주)은 혜원이가 온 것을 알고 찾아옵니다. 은숙이는 너는 시험에 떨어지고 남자친구는 시험에 붙어서 자존심이 상해서 잠적하러 왔냐며 혜원이의 약을 올립니다. 은숙에 이어 등장한 또 다른 소꿉친구는 회사를 관두고 영농후계자가 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재하(류준열)입니다. 재하는 오랜만에 돌아온 낯선 시골에서 잠 못 이룰 혜원이를 위해 진돗개 오구를 선물합니다.

 

엄마가 준 상처의 치유

매일이 분주하고 치열했던 도시에서 벗어나 어느새 시골만의 푸근한 정취와 느슨한 흐름에 빠져든 혜원이는 유통기한을 확인할 필요 없이 뚝딱 만들어 먹는 소박한 음식과 몸은 훌쩍 자라 어른의 맛을 찾지만 정신은 어린 시절에 그대로 머물러있는 친구들을 보며 이곳에 머물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애써 티 내지 않았던 특별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으니 바로 사라진 엄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자 행여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였습니다. 보물찾기 하듯 숨겨놓은 엄마의 편지 속에는 떠날 수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변명이 가득했지만 정작 혜원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혜원이에게 엄마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일 뿐이었습니다. 집에 온건 어떻게 알았는지 어렸을 땐 그렇게 졸라도 알려주지 않던 감자빵 레시피를 왜 이제야 그것도 편지로 공개하는 건지 늘 엄마의 말과 행동에는 물음표가 가득했습니다. 엄마는 가출해 놓고 기껏 딸한테 쓴 편지의 내용이 어떻게 감자빵 만드는 법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숨은 의미를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슴푸레 알 것도 같습니다. 혜원이의 엄마가 늘 강조했던 건 바로 타이밍의 미학이었습니다. 도시에서 매일 같은 동선을 반복하며 기계적인 타이밍을 지켜 온 혜원이 자연 가까이서 사계절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겪은 진짜 타이밍이란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모든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겨울이 와야 정말로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을 통해서 혜원이에게 기다림을 가르쳐 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행여 예상치 못한 시련이 찾아와도 그 역시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 말이죠. 엄마는 혜원이가 자연의 순리처럼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을 배웠으면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혜원이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를 아무렇게나 내던져도 쑥쑥 자라는 토마토처럼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여겼습니다. 시골집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뒤늦게 들여다본 엄마의 편지엔 변명이 아닌 따스한 진심이 숨어 있었습니다. 엄마는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것을 믿는다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에서 빌려 온 인생의 소소한 진리들을 엄마의 음성으로 기분 좋게 속삭여 줍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전하는 메시지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보는 것만으로 해독이 되는 것 같은 사계절의 풍경과 함께 허기를 넘어 식욕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제철 음식들로 상당한 감정적 포만감을 선사합니다. 농사를 짓는 과정처럼 세 청춘이 각자의 땅에서 어른스럽게 삶을 일궈나가면서도 삶의 그늘 아래에선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으로 우정을 빚어내는 장면들은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는 혜원의 대사처럼 우리 마음속에 작은 숲에 대한 갈망을 부추깁니다. 아주심기(더 이상 옮기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것)한 양파가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단맛을 내듯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잘 살기 위해선 시련도 겪어야 할 과정이기에 혜원이는 지금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임순례 감독은 음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합니다. 누룩을 넣고 발효를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막걸리를 통해 기다림의 즐거움을 전합니다. 심지어 만드는 과정도 인생처럼 복잡합니다. 겨울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곶감을 통해서도 음식도 인생처럼 타이밍이란 걸 알려주면서 보는 내내 오감을 자극합니다. 일본판은 코모리라는 지역 공동체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심이라면, 한국판은 서울에서 생긴 실패의 상처를 이곳에서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가 중심이 됩니다. 일본판은 혼자 노는 고양이가 주인공의 곁에 있지만 한국판은 외딴 시골집에 여자가 혼자 살면 불안해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반영해서 진돗개가 곁을 지킵니다. 또한 일본판은 음식이 주가 되고 관계가 종이 되어 끊임없이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느낌이라면 한국판은 관계가 주가 되고 음식이 종이 되어 특히, 엄마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다룹니다. 주인공이 엄마의 진심을 느끼고 깨달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사회가 만든 경쟁의 바닷속에서 고통받는 청춘들에게 한 번쯤 내가 살고 싶은 삶으로 돌아가 볼 것을 따뜻하게 권유하는 영화입니다.